그런데 MBC는 양쪽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쉽게 말해
1987년 민주화 이후 탄생한 MBC노동조합은 군사정권 시절 ‘땡전뉴스’의 오명을 벗고 ‘주인’ 없는 MBC를 경쟁력있는 공영방송으로 이끌어온 힘의 원천이었다. 노조는 광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콘텐츠 경쟁력이 강화되는 가운데서도 콘텐츠의 공영성에 대한 성찰을 내부에서 이끌어왔다. 보도와 시사교양 뿐만 아니라 예능과 드라마, 라디오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위 ‘낙하산’ 사장이 임명되며 MBC가 격랑에 휩싸일 때 경영진을 견제하며 중심을 잡아온 곳도 노동조합이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의 힘이 강해지자 스미스 요원의 힘이 강해진 것처럼, MBC가 갖는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정권이 MBC에 대한 장악 욕망을 드러낼 때마다 노조의 행동이나 영향력 또한 강해졌다.
하지만 ‘노영방송’은 MBC에 입사한 사원들이 전부 종북 좌파에 운동권 출신이어서 탄생한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MBC를 공정방송으로 견인하기 위해 내부 성원들 간에 지속된 수없는 갈등의 결과물로 봐야 한다. 이 때문에 “(노조가) 회사와 회사의 프로그램을 비난하는 행위는 스스로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는 것”이라는 경영진의 주장은 힘없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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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조합원들은 오히려 삶의 터전을 되살리기 위해 살을 깎는 자사비판에 나서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더욱이 언론사 구성원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자사비판에 자유로워야 하는 데도 경영진이은 출구 없는 논리를 통해 올림픽 중계로 더욱 불거진 MBC 비판여론을 무마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등 현재 사측 간부들도 과거에는 노조 조합원 신분으로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MBC 사측 관계자들 중에서도 “노조가 경영진의 건전한 견제세력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만한 이는 거의 없다. 임금 및 단체 협상 외에 언론사 노조가 갖는 역할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