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사람들에게 올해의 광주민중항쟁은 그 감회가 여느해와는 조금 남다르다. 그동안 광주를 곱지않은 눈으로만 봐왔던 국민들의 시선이 ‘모래시계’의 열풍으로 약간은 달라졌으리라는 기대감, 5·18 고소고발 공소시효가 얼마남지 않아 이제 곧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결과가 나오리라는 기대감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피터슨목사의 생생한 증언도 올해의 5·18에 대한 감회를 더욱 새롭게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일간지를 구독하는 광주의 독자들은 최근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광주 지역 4대 일간지(광주매일, 광주일보, 무등일보, 전남일보)는 지면을 대폭 할애, 피터슨 목사의 수기를 연재하는 한편 사진 기획, 기소 촉구 사설, 당시 5월 문화를 점검하는 기획 기사 등 5·18 관련 기사를 비중있게 처리하고 있다.

이같은 지역신문의 보도에 반해 한겨레신문과 국민일보를 제외한 중앙일간지들은 피터슨목사의 수기를 제대로 다뤄주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5·18 관련행사도 지역소식란에 행사 예정 기사 정도로 홀대하고 있다. 중앙언론이 광주문제는 결국 광주지역 언론만의 몫이고 광주지역만의 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 이미 정부도 5·18이 광주만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인정했다. 그러자 언론들은 반짝 5·18의 깊은 상처를 건드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침묵이다. 선거를 앞둔 시기에 5·18을 얘기하는 것이 재미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정부의 눈치가 보인다는 것인가. 지난 14일 관련자 기소를 촉구하는 집회가 광주역에서 있었다. 비가 오는 가운데도 역광장을 메운 광주시민들은 이날 언론이 여전히 왜곡돼 있는 역사를 바로잡아 주길 기원했다.

그러나 다음날 그 다음날도 ‘광주’는 중앙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날 시민들을 ‘폭도’로 호도했던 언론들에게 광주가 참회기회를 주고 싶은데도 도무지 움직일 기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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