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간 판촉경쟁이 ‘과열’의 정도를 넘어 ‘혈전’으로 치닫고 있는 것과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8일부터 10대 중앙 일간지에 대해 일제히 과도한 경품제공 등 불공정거래행위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 조사는 20일까지 이뤄질 계획이며 조사결과와 처리방침은 공정위 심의를 거쳐 6월초쯤 발표될 예정이다. 공정위가 거대공룡으로 불리는 신문사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제대로 잡아낼 수 있을지, 이번 조사의 실무 총책을 맡고 있는 김선옥 사무처장(50)을 12일 과천 정부종합청사내에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만났다.

― 이번 조사에 착수하게 된 배경은.

“일부 언론보도와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으로부터 신고가 있어 조사에 착수하게 됐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신문 구독자들의 제보도 있었고 일부 신문이 위성방송 수신안테나 설치조건을 내세워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실도 사전에 포착, 조사를 준비해 왔다.”

― 조사방법과 중점 조사내용은.

“각 신문사 본사를 대상으로 판촉관계 자료를 분석하고 지사·지국·보급소에 대해 정밀조사를 해 상호 비교·검증할 예정이다. 특히 무가지 배포 등 부당고객 유인과 한도를 초과하는 경품 제공 그리고 지사·지국에 대한 과다한 지원 행위를 중점 조사하고 있다.”

― 언론의 반응은.

“조사를 제대로 하려면 필요한 자료를 다 봐야 하는데 신문사들이 자료가 없다며 잘 협조하지 않는다. 그리고 공정위와 안면이 있는 일부 언론인들이 뭐 그런 것까지 조사하냐고 은근한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공정위 조사 내용을 대부분의 신문이 1단으로 다루거나 전혀 다루지 않는 것만 봐도 신문사들의 반응이 어떤가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도 언론은 광고 때문인지 대기업들의 불공정거래 행위 결과를 보도하는 데 아주 인색했다.”

― 지금까지의 조사결과는.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지국에서 그렇게 무가지를 투입하고 막대한 경품을 뿌리려면 본사 차원의 지원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본사와 지국 양쪽에서 본사차원의 지원이 없었음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계속 추적해서 반드시 물증을 잡아낼 것이다.”

― 불공정거래행위가 발견되면 어떻게처리할 방침인가.

“아직 처리방침을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위반사항이 가벼울 경우 경고, 시정명령을 내리고 무거울 경우 과징금 부과까지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사법적 처리까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 공정위의 조사가 효력을 발휘하리라 생각하는가.

“미지수다. 언론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처리결과에 대해 침묵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효력은 현격하게 줄어든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언론의 자성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더 강력한 제재수단을 쓰지 않는 것은 언론 눈치보기 아닌가.

“지금으로선 신문이 스스로 ‘자율 공정경쟁 규약’ 같은 것을 마련, 준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언론이 어떻다는 것은 더 잘 알지 않느냐.”

― 김영삼 대통령과의 사전교감은 없었는가.

“없었다. 백퍼센트 공정위 자체 결정이다. 조사결과에 대한 심의가 끝나면 그때 가서 처리내용을 보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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