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떠도는 산업예비군 언론고시생
(2) 왜 언론사로 몰리는가
(3) 문제많은 입사제도
(4) 차별이 낳은 그림의 떡
(5) 늘어나는 조기퇴직자들
(6) 본질 벗어난 보완책
(7) 외국 언론사들의 입사제도
(8) 토론 : 대안을 찾는다
425대 1, 235대 1. E여대 신방과를 졸업한 이모양(23)이 지난해 응시했던 언론사중 두개사의 기자직 경쟁률이다. 이양은 지난 해 모두 5개 언론사에 응시했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 이양은 끔찍한 언론고시 준비를 다시 해야 한다는 괴로움의 기색도 없이 올해도 언론고시에 도전할 결심이다. 동료들 사이에서 재수, 삼수는 기본으로 통한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대기업 D건설에 다니던 최모씨(29)는 모험을 감행했다. KBS PD 입사 시험을 치르기 위해 D건설을 그만두었다. 토익, 상식, 논술시험을 치르고 반이 넘게 탈락하는 인턴과정도 통과해 마침내 합격. 최씨는 다행스럽게 원하던 PD가 됐지만 이번에 떨어졌으면 나이제한에 걸려 다른 곳에 갈 엄두도 못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어떤 마력이 있기에 많은 대졸자들이 기를 쓰고 그 어렵다는 언론사에 들어가려는 것일까. 이양은 언론사를 선택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중학교 2학년 때 관훈클럽 토론회장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단순한 계기였지만 기자란 직업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양은 언론사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기에 가장 적합한 직장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최씨는 이양과 조금은 틀린 이유를 갖고 있었다. 최씨(29)는 “대기업의 타율적 분위기가 싫었다”며 “자유롭게 나만의 분명한 영역을 만들고 싶어 PD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좀 더 현실적인 이유를 대는 사람도 있다. S대 정외과를 졸업한 박모군(26)은 “언론사가 명예와 수익이 보장되고 또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수에 해당되는 경우이긴 하지만 ‘정계 진출’을 위한 지름길로 언론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S대 신문학과의 한 신입생은 사석에서 교수가 지원 동기를 묻자 “기자가 되면 정계와 관계로 진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고 말해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언론사를 고집하는 이들의 이유는 매우 다양해 얼핏 종잡기 힘들다. 그러나 이를 정리해보면 그 이유는 △능력 발휘 △사회적 영향력 △고임금 보장 △자유로움 등으로 압축된다. 올해 <리크루트> 3월호에 실린 대학생 선망직업 조사 결과는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조사결과 PD가 1위로 뽑혔다. 대학생들이 PD를 선호하게 된 이유로는 자유로움, 잦은 출장, 해외여행, 고소득을 들었다.

또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선배 언론인들이 언론을 ‘사회적 공기’ ‘사회의 목탁’으로 보던 것과는 달리 ‘개인을 위한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동아일보 김모 기자도 요즘 수습기자들을 접하면서 “사회적 책임감보다 자유롭고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언론사를 선호하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고소득과 사회적 영향력, 거기에다 자유로움까지 갖춘 곳이 언론이라면 여기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언론이 그들의 이상을 받아 들이기에는 부끄러운 이면의 모습들이 너무 많다. 언론을 지망하는 많은 고시생들이 겉으로 비춰지는 화려한 모습에만 시선을 빼앗겨 이면의 부정적인 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언론사의 문을 두드리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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