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7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한 달 만에 나와 해직기자가 된 유숙열 기자는 27살 청춘에 백수가 돼 할 일이 없어 사회과학 서적을 파고 들었다. 창작과비평사에서 낸 ‘여성해방운동의 이론과 실제’를 읽었다. “어머, 이거 내 얘기네”하고 페미니즘을 받아 들였다. 페미니즘 공부를 하다가 결혼하고 미국 가서 대학과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배웠다. 1991년 귀국해 새로 창간한 문화일보에 들어갔다. 유숙열 기자는 여성정책에 젠더 개념을 넣은 기사를 자주 썼다. 3년 뒤 노조를 만들고 파업도 했다. 부당인사에 저항하려고 노조를 만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언론사에서 검열과 제작거부에 가담했다가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강제해직된 언론인을 5·18 관련자로 인정하자는 내용을 담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 5·18 보상법의 범위를 넓혀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인정한 언론인 200여명도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는 “이 법안은 역사 바로잡기 일환으로 ‘광주 정신’을 부정하는 일부세력의 왜곡과...
“이것은 축구가 아니다. 통일이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조직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은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처럼 말했다. 오는 8월 11일 오후 4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열린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양대노총)으로 구성된 조직위원회는 ‘4.27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의 노동자들이 역사적인 남북선언의 이행을 위한 대중적인 첫 민간교류사업으로 이번 대회를 열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양대노총과 북측의 조선직업총동맹은...
찜통더위가 본격 시작된 지난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용왕산 아래 양화초등학교 앞. 수업 마친 아이들이 학교에서 쏟아져 나온다. 1학년 여자 아이 둘이 더위를 피해 “이모 안녕하세요~” 하며 들어오는데 딱 봐도 단골손님이다. 12년차 방송작가이자 숲해설가인 김혜정씨가 3개월 전 문을 연 생태 문학 서점 & 식물가게 ‘꽃피는 책’. 이곳을 찾는 어린 손님들은 각자 편한 자리를 잡고 앉아 생태동화책을 읽고 꽃 화분에 물 주고, 주인 이모가 모아 놓은 열매통의 신기한 씨앗을 구경하고, 식물 그리기, 만들기를 한다. 그러다 문득 레...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 뒤에 화성 12형 미사일을 발사했고 연이어 한 달 동안 4차례에 걸쳐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과 지대공 요격 유도 무기 체계, 지대함 탄도 미사일, 순항미사일을 차례로 쐈다. 8월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를 언급했고 다음날 북한은 괌 해상 포위 타격 계획을 내놓았다. 8월 전쟁 위기설을 넘어 9월엔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있었다. 휴전 협정 이후 최대의 안보위기에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건 말 그대로 기적이다. 문정인 연세대학교 특임교수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돈도 벌고 야간고등학교도 다니겠다며 충남 서산에서 상경한 15살 문송면 군은 환기시설도 보호장비도 없이 온도계 안에 수은을 넣는 일(협성계공, 현 협성히스코)을 하다가 두 달만에 수은중독 진단을 받고 쓰러졌다. 회사가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아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던 문군은 상경한지 7개월 만인 1988년 7월 2일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숨졌다. 앞서 경기도의 합성섬유공장 원진레이온에서도 노동자 수백명이 이황화탄소에 중독돼 수십명이 숨졌지만 산재 인정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외로운 싸움만 계속됐다. 문군의 죽음은 원진레이...
4대강 환경운동가에서 초보 의원 거쳐 시장까지 이항진 경기도 여주시장 당선자 한국당 텃밭에서 309표차 신승 MB정부 4대강 범대위 상황실장 교수·검찰·경찰·재벌 마피아 건재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수자원공사 이번 지방선거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경기도 여주시장엔 이항진 후보(53)가 309표 차로 힘겹게 당선됐다. 현직 여주시의원인 이항진 후보는 전체 투표인수 5만5406표 가운데 1만8090표(33.30%)를 받은 자유한국당 이충우 후보를 309표차(0.57%)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항진 여주시장 당선자는 역대 최연소 ...
국내 유일의 종합인문교양 계간지 황해문화가 통권 100호 발간을 기념해 오는 6월 29일과 30일 인하대학교 정석학술정보관에서 국제심포지엄 를 연다. 황해문화는 1993년 ‘세계적 시각에서 지역을 보고 지역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창간이념으로 첫호(93년 12월 1일)를 펴냈다. 황해문화는 서울 외 지역(인천)에서 창간해 전국을 망라하는 유일의 계간지로서 인천 시민의 자존심을 높이고, 인천문화의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 25년 동안의 노력이 쌓여 어느덧 대한민국 지식담...
도시 집회 시위 현장에서 큰 카메라를 메고 사다리 타던 그는, 이제 멀리 노고단이 보이는 구례 어느 감나무 아래서 7단 3m 짜리 사다리를 탄다. 올해로 귀농 8년차가 되는 원유헌 전 한국일보 사진기자가 한국일보에 2년 간 연재했던 ‘원유헌의 구례일기’를 엮어 책 ‘힘들어도 괴롭진 않아’를 출간했다. 초여름 햇볕이 뜨겁던 15일 구례공용버스터미널 인근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지난 8년간의 귀농 얘기를 들어봤다. 전화로 인터뷰 요청을 했더니, 그는 올해부터 이모작을 시작해서 밀을 베어야 하고 거기에 벼 모내기를 해야 하는 주간이...
박근혜씨가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사회 전반에 새 바람이 불었지만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으로 이어진 MBC만은 예외였다. MBC는 새 정부 들어서도 상당기간 그대로였다. 무기력의 침묵을 깨고 2017년 6월2일 상암동 사옥 안에서 김민식 피디가 외쳤다. “김·장·겸·은 물·러·나·라!” 페이스북 라이브로 실시간 중계된 김 PD의 목소리는 MBC 구성원들에게 기폭제였고 시민들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5개월 뒤 김장겸 체제가 무너졌다. 김 피디는 제작현장에서 밀려난 지 7년 만인 지난 5월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 ...
장애인 어머니와 삼촌, 고령의 할머니까지 돌봐야 했던 김선호씨(32)는 알바생활을 전전하다가 2009년부터 휴대폰 판매 일만 7년째 하고 있었다. 김씨는 2014년 5월 KT스카이라이프가 무선사업팀을 신설한다는 공고를 보고 입사했다. 면접 때 나온 스카이라이프 간부들은 “계약직으로 시작하지만 열심히만 하면 정규직도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스카이라이프는 근로계약서 작성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6월에서야 스카이라이프가 아닌 KTis 명의의 계약서를 들고 와 연말까지 8개월짜리 계약을 강요했다. 일은 스카이라이프에서 하는데 계약...
인터뷰 끝에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에게 언론에 당부하고 싶은 걸 물었다. “언론은 최저임금 때문에 물가가 오르고 일자리가 줄었다고 집중 보도한다. 과연 팩트인가? 아니다. 원가(임금)가 오르면 물가가 오르는 건 맞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가 원가 안 오르게 안정자금을 지원한다. 여기엔 이데올로기가 들어 있다고 본다. 팩트를 갖고 보도했으면 좋겠다. 최저임금 올라 슈퍼가 문 닫는다고 보도하는데 사실은 우후죽순 들어선 편의점 때문이다. 심지어 감자 값 오른 것도 최저임금 때문이란다. 최근 농산물 가격 폭등은 수급불균형 탓인데도 전부 최...
노사정위(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1998년 1월 구제금융 직후에 출범했지만 장관급인 위원장조차 비상임에다 직원 35명에 인건비까지 포함해도 1년 예산 40억 원도 안 되는 초미니 기구다. 우리 사회가 아직 ‘사회적 대화’에 익숙하지 않아서다.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이중노동시장 구조가 한계에 다다른 지금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크다. 문 위원장은 1시간 남짓 인터뷰 동안 ‘격차해소’를 무려 23번 언급했다. 그만큼 간절했다. - 노사정위원회의 가장 큰 당면과제는? “단연코 노동계의 격차해...
“저는 아직까지 행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평택 팽성읍 대추리 이장 신종원입니다. 대추리 주민들은 평생을 일궈왔던 농토와, 평생을 쓸고 닦았던 집을 준비도 없이 떠나야했었습니다. 내일이면 만 12년이 되는 5월 4일 새벽 4시 (평택미군기지확장) 행정대집행, ‘여명의 황새울 작전’.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고 좌절하게 했고, 그들의 마음을 포크레인 삽날로 군화발로 1만명 경찰의 날선 방패로 하루 종일 위협하고 대추분교에 540명을 토끼몰이해서 걸레짝 들고나오듯 몰아세웠던 그 잔인했던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대추리 주민들에게 ...
제주 4·3 70주년을 맞은 3일 오후 4시 3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403명의 전문배우와 일반인들이 70년 전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로 되살아났다. 회색의상에는 총을 맞은 것을 뜻하는 붉은 동백꽃이 그려졌고 진흙 바른 얼굴은 학살된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은 희생당했을 때처럼 광화문광장 일대에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다가 천천히 잃어버린 말과 기억, 자신의 이름을 되살려내며 미국대사관 옆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해 가족과 친구를 만나고 슬픔의 역사를 이겨내는 모습을 43분 동안 형상화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무슨 퍼포먼스냐?',...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가 그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의 극렬한 비난에 시달려왔던 최현희 교사(위례초)가 2018년 3·8 여성의 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성평등조합원상을 받았다. 수상 소감을 통해 최 씨는 “제가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시작한 것은, 우리 사회의 위계적인 성별이분법이 아이들의 잠재력을 얼마나 교묘하고 은밀하게 억압하는지를 깨닫고 난 후부터였습니다. 그러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이 있었고, 여성을 향한 억압과 차별이 여성살해, 강간 등의 범죄와 연결되어 있고 생...
연희단거리패를 이끌던 연극 연출가 이윤택씨(66)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추가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19일 오전 10시 서울 혜화동 30스튜디오에서 이 씨의 사과기자회견이 열렸다. 2백여 명의 취재진이 가득 들어찬 소극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씨는 “제게 피해를 입은 당사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정말 부끄럽고 참담합니다.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다시 한 번 피해 당사자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연희단거리패 출신들과 단원들에게도 사죄드립니다. 선배 단원들이 항의할 때...
‘스마트폰을 단 10분만 손에서 내려놓고 옆에 있는 엄마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엄마의 하루 컨디션을 읽을 수 있다. 시간을 조금 더 들여 지켜보면 엄마가 내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거기에 진심을 담아 들여다보면 세상이 무너져도 변하지 않을 사랑을 읽을 수 있다...’ - 단편영화 ‘봄날의 약속들’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제 첫 장편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영화감독 하윤재(45) 씨가 치매에 걸린 엄마(82)와 함께 보내온 지난 10여년의 ...
언론노조 YTN지부는 최남수 사장이 1월 중에 퇴진하지 않을 경우 오는 2월 1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선언하며 25일 하루 연차 휴가 투쟁에 들어갔다. YTN지부 조합원 3백여 명은 25일 아침 9시 서울 상암동 사옥 로비에서 최남수 퇴진을 위한 YTN총력투쟁 선포식을 진행한 후 비어있는 7층 최남수 사장실 문에 ‘유령사장 남수퇴치’ 등의 부적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최 사장과 김호성 상무 퇴진구호를 외쳤다. 이날 연차투쟁에는 전조합원 중 73.5%가 참여했고 충청 호남, 강원, 영남 지역에서 올라온 조합원들은 '아침마...
용산재개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경찰의 무리한 진압작전으로 인해 사망한, 용산참사가 벌어진지 9년이 지났다. 희생자들의 9주기를 하루 앞둔 19일 오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슈페리어 타워 앞에서 용산참사 생존자, 유가족, 연대단체들이 포함된 9주기 추모위원회는 ‘용산참사 진짜 주범 이명박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용산참사 철거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국가폭력을 다룬 영화 ‘공동정범’의 개봉(1월 25일)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영화 초대장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