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뭄 보도 유감 지난 3일 사무실로 배달된 조간 신문을 대강 훑어보다 조선일보에서 멈췄다.이 신문은 1면 톱으로 '정치가 호남 가뭄 키웠다'는 기사를 큼직하게 실었다. 이 지역의 가뭄은 수개월 전부터 지속되고 있어 광주·전남 지역 시민은 물 절약 실천이 이미 일상이다. 수도권에 살아도 호남 지역의 신문을 이따금 읽어 보면 가뭄이 이곳의 최대 현안이라는 점을 짐작할 정도로 지독한 가뭄이 장기간 이어진다.전국 단위 종합일간지가 왜 이제 와 새삼스럽게 호남 가뭄을 큰 비중으로 다룰까 곰곰이
“분단의 비극이 해소되는 날까지 현실적으로 이곳, 이땅의 궁극적 운명은 군의 어깨에 달려 있다. 어떤 논리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우리의 오늘의 생존의 조건이고 상황이다”1979년 12월30일 “격동의 70년대를 보낸다” 조선일보 사설 중 일부 내용이다.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군부에 조선일보는 이렇게 화답했다.전두환 군사 독재는 언론자유를 말살했다. ‘땡전뉴스’로 대표되는 전두환 찬양 보도는 폭압적 정권 하 언론의 생존법이 굴욕에 가까웠다는 걸 보여준다.특히 전두환 정권과 조선일보의 관계는 특별했다. 손석춘 교수(건국대학교)는
독일 유튜버 레초(Rezo)가 독일 집권당을 비판한 영상 ‘CDU의 파괴’로 독일 기자상을 받았다. 이 유튜버는 독일어권에서 가장 저명한 기자상을 받으면서 또 한 번 질서를 파괴한다. 유튜브를 저널리즘으로 볼 수 있는가, 유튜버는 저널리스트인가. 아니, 대체 누가 저널리스트를 규정할 수 있는가. 그의 수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지난 4월30일 독일 기자상인 난넨상(Nannen Preis)의 온라인 프로젝트 부문 수상자로 유튜버 레초가 선정됐다. 레초는 챌린지, 먹방, 리액션 등 오락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유튜버였다. 하지만 유럽
유럽이 여러모로 고뇌가 깊다. 코로나19를 맞이하며 시스템의 ‘실패’가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도 하루 확진자가 7000명까지 치솟던 혼동의 시기가 지나고 상황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독일 언론은 초기 한국의 방역 방식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칭찬했다. ‘롤모델’이라고까지 표현했으니, 이걸 듣는 한국인들의 벅참이란!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미세한 변화가 느껴졌다. 독일이 ‘한국식 방역’을 도입하려고 할 즈음이다. 독일은 개인정보 보호법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정한 국가다. 확진자 정보를 대중에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보
415총선은 집권여당이 과반수를 넘는 의석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승리로 나왔다.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부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한 결과로 소수정당의 의석수는 더 줄어들었다. 한편 총선결과는 미래통합당 같은 혐오의 정치와 인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정치세력에 대한 피곤해하는 민심을 보여준다. 어쩌면 더불어민주당이 잘해서라기보다 퇴행적 정치세력을 대표로 뽑기 싫었던 것이기도 하다.그동안 문재인정부의 지지자들은 미래통합당이 발목을 잡아서 구태권력을 일소하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변명을 많이 해왔다. 이제
이 와중에 독일이 공영방송 수신료를 인상했다. 독일은 지난 3월 12일 열린 주총리 회의(Ministerpräsidentenkonferenz)에서 공영방송 TV수신료를 기존 17.5유로에서 18.36유로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연방정부 방송위원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말루 드레이어(Malu Dreyer) 라인란트-팔츠 주총리는 “지난 8년 동안 수신료가 인상되지 않았다”면서 “주정부가 공영방송에 긴축재정을 요구하고 있고, 디지털화 부문에서도 큰 도전에 직면해있다”고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결정된 수신료는 추가 승인 절
세계 곳곳에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지금, 세계 보건기구 WHO는 이렇게 외쳤다. “테스트, 테스트, 테스트.” 그런데 영국은 이렇게 외쳤다 “집에 있어, 집에 있어, 집에 있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방지를 위한 WHO의 메시지는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었지만 영국 정부의 답은 “우린 장비도, 인력도 없다”였다.영국이 자랑하고 전 세계가 부러워하던 NHS(국가 보건 서비스)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앞에 무력했다. 지난 3월 12일, 긴급대책 회의 후 기자회견장에 선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가족이 사랑하는 사람을
이 책에는 25명의 글을 쓴 여성이 등장한다. 이들은 태어난 시기와 삶의 터전, 쓴 글 모두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돈을 벌려고 글을 썼고 취미로 글을 쓴 여성은 없었다. 생계를 위해 필사적으로 글쓰기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녀들은 크게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평생에 걸쳐 여성이 글을 쓴다는 편견과 차별, 폭력에 맞서야 했다. 이들은 글을 쓰며 이 아픔을 치유하고 조금씩 극복해 갔다.나단 고디머는 192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다. 리투아니아 출신 아버지와 영국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단 고디머는 당연히 백인으
독일 기자협회(DJV)에서 발행하는 잡지의 이름은 ‘기자(Journalist)’다. 엄밀히 말하면 ‘남성 기자’다. 독일어 명사는 남·여·중성으로 구분되어 있고,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는 대부분 남성과 여성으로 나뉜다. 물론 기본값은 남성이다. 기본값에서 ‘–in’을 더하면 ‘여성’으로 의미가 바뀐다. 저널리스트(Journalist)는 남성 기자, 저널리스틴(Journalistin)은 여성 기자다. 복수형도 일일이 표시해야 한다. ‘저널리스티넨 운트 저널리스텐 (Journalistinnen und Journalisten)’, 여성 기
광고의 역사는 물론이고 광고의 이론과 원리, 광고 속 숨은 의미를 읽어낸 책이 나왔다.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광고로 세상과 소통하는 사회적 존재인 인간 활동을 조망했는데 경제와 사회, 문화의 변화를 작동시키는 보이지 않는 엔진 역할을 수행한 광고를 보여준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선전과 PR, 광고의 역사를 통해 이들의 차이를 말한다. 인류는 역사 이래로 가치를 획득하고 거래 활동을 지속해왔는데 이 활동에 광고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미지와 말로 사람들 무의식에 파고들어 물건을 사고 소비하도록 권하는 광고의 속성은 고대부터 시작
독일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그동안 아시아 사례를 보도하며 관망세에 있던 독일 언론사들도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28일 확진자가 50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 방문자 및 중국 방문자와 접촉한 2명이 26일 확진 판정을 받자 독일 상황은 급변했다. 확진자와 관련된 유치원·학교는 문을 닫았고, 의심 증세를 보인 승객 때문에 열차가 중간에 멈춰서는 일도 발생했다. 독일 연방보건부는 그날 바로 ‘독일에서 전염병이 시작’되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튿날에 바로 위기관리대응팀이 구축되었고, 연방 내무부
오랜만의 서울. 코로나19 확진자가 강남 일대를 다녔다는 뉴스가 나온 직후였다. 그 확진자는 한국인이었지만 나의 눈빛은 중국인을 향해 있다. 공교롭게도 점심·저녁 식사를 모두 강남 일대에서 했는데, 식당의 옆자리에 모두 중국인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중국에서 온 여행객일 수도, 한국에서 사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들이 중국인이라는 사실이다. 옆에서 중국어가 들리자마자 나와 함께 앉아 있던 친구의 눈이 마주친다. 밥을 먹는 내내 ‘물컵을 멀리 옮겨야 하나’ 같은 생각이 떠다닌다. “세상 도움 안 되는
지난 2월 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기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최후 통첩 끝에 종로 출마를 선언하자 언론도 집중 조명했습니다. 특히 ‘빅매치’라는 제목을 달아 이낙연 전 총리와의 대결구도를 부각하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출마 선언 사흘 만인 10일, 황교안 대표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하여튼 무슨 사태”로 칭하며 ‘망언’ 논란을 일으킨 겁니다. 평소 말실수가 잦던 황교안 대표지만, 이번 일은 단순 말실수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제1야당의 대표가 지닌 역사 인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
심각한 뉴스중독자가 있었다. 그는 뉴스를 보면서 자신이 속한 사회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다는 느낌에 취해 있었다. 세계의 중대한 소식을 접하면 이 세계에 녹아드는 듯 했고 스스로를 세계시민으로 여기며 살았다. 뉴스를 보면서 세계의 모든 면을 면밀히 들여다볼 ‘힘’을 가진 듯해 좋았고 점점 더 똑똑해진다고 자만하기도 했다.하지만 이는 뉴스중독의 한 모습 중 하나였다. 도처에 널려있고 무료로 제공되는 뉴스를 게걸스럽게 소비하다 보니 스스로가 뉴스에 중독됐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 뉴스중독자가 스스로에게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31일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다수 발생한 이후 지난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나왔습니다. 뒤이어 28일까지 확진 환자가 네 명으로 늘면서 혹시 국내에서도 큰 피해를 끼치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그러나 우려스러운 점은 질병만이 아닙니다. 공포가 확산되면서 이 불안을 ‘우한’이라는 도시와 ‘중국’이라는 국가에게 씌우고 손가락질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 지하철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모 군이 숨졌다. 그리고 2년 후인 2018년 12월 김용균씨가 태안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졌다. 이렇게 산업현장에서 죽은 사람이 지난해에만 855명이다. 돈 벌려고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가 죽음이라니…. 일하다 죽어도 기업의 ‘고의’를 입증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기업 처벌은 가벼웠다. 처벌이 이뤄져도 말단 직원 몇 명만 처벌받았을 뿐 진짜 책임이 있는 기업 최고경영자나 임원은 무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백혈병 산재 인정 투쟁 등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노동자 생명과 건강 책임
소설가 김훈이 지난해 5월, “아, 목숨이 낙엽처럼”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한겨레에 썼다.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하는 노동자가 해마다 270명 이상이라고 한다. 김훈은 “이 사태가 계속되는 한 4차 산업이고, 전기자동차고 수소자동차고 태양광이고 인공지능이고 뭐고 서두를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사람들이 날마다 우수수우수수 낙엽처럼 떨어져서 땅바닥에 부딪쳐 으깨지는데, 이 사태를 덮어두고 한국 사회는 어디로 가자는 것인가”하고 개탄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11월,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는 기획 기사를 냈다. 1년에 1692명의 노동
爲之于未有, 治之于未亂.위지우미유, 치지우미란. 일이 생기기 전에 하고, 어지러워지기 전에 다스린다. 이 말은 시진핑이 ‘당의 군중노선 교육실천 활동 총결대회 연설’ 때 에서 따왔다. 시진핑은 당원 간부들이 깨어있는 두뇌로 걱정하는 마음을 강화해 편안할 때도 앞으로의 우환을 염려하고, 미연에 환난을 방지할 것을 강조했다. 어떤 문제를 처리할 때 ‘먼저 손을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개방 초기에 발전 이후의 문제는 발전 이전에 비해 문제가 적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시진핑은 말한다
현대사회에 살면서 ‘지구온난화’ 문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플라스틱 제품을 이용하면서 쓰레기만 생산하는 인간이 지구에게 미안하다며 죄책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할 방법에 대한 대화와 행동은 아직도 부족하다. 이러한 결과로 북극과 남극 빙하가 하루가 다르게 매일 녹고 해수면이 상승해 몇몇 섬나라들이 침몰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접하고 있는 상황이다.올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의 등장은 기후변화에 대
1964년 마셜 맥루한이 발표한 ‘미디어의 미래’는 전화, 라디오, 영화, 텔레비전 같은 20세기의 ‘전자 미디어’가 인간의 생각과 감각을 지배하고 있던 문자의 독재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했다. 인쇄물 미디어에 갇혀 있던 개인의 자아가 영상, 음성으로 이뤄진 전자 미디어를 만나면서 전 지구적인 공동체 시각을 접한다는 것이다.지금 우리는 기술의 발달로 탄생한 ‘인터넷’을 만나면서 역사상 전례 없는 거대한 정보의 바다를 실시간 접하면서 살아간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즐기면서 끝없이 확장되는 인터넷의 영향력을 끊으려고 하